[긴급진단] 비핵화 외면 ‘버티기’ 들어간 북한 (3) 커지는 불만… 변화 촉매 가능성

앵커: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로 북한의 핵심 권력층부터 일반 주민에 이르기까지 불만이 점차 커지고 있는습니다. 북한 내부에서는 ‘제재 완화’에 대한 기대가 실망으로 바뀐 지 오래입니다.

김정은 정권이 미봉책에 불과한 대체 수입원에 의지하며 대북제재에 대한 정면돌파에 나섰지만 결국, ‘제재 완화’ 만이 해결책이라는 부담감도 안고 있는데요. 북한 내부에서 확산하는 불만이 미북 협상에서 김정은 국무 위원장의 마음을 바꿀 수 있을까요?

RFA, 자유아시아방송은 ‘자력갱생’을 외친 북한 지도부의 의도를 분석하고, 국제사회의 대응과 전망 등을 조명하는 집중 기획을 마련했습니다.

오늘은 마지막 시간으로 제재 장기화에 따른 북한 내부의 뒤숭숭한 분위기와 김정은 정권에 미칠 영향 등을 노정민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내부 “대북제재로 어렵다”는 말뿐

[북한 주민 음성 통화] 내가 옛날에도 말했잖습니까. 일반 사람도 그렇지만, 실제 무역하는 사람들이 우는 소리를 많이 합니다. 제재로 물건도 제대로 넘어오지 못하지. 그런데 과제는 꼭 하라고 하고. 능력이 있는 사람 앉혀서 계획을 한다고 하는데, 그게 쉽습니까. 대부분 회사가 보통 절반 정도의 과제밖에 못 합니다.

– 국가에서는 회사에 계속 계획을 하라 하고, 제재 때문에 막혀 있고, 사장도 계속 바뀌는가 봐요.

[북한 주민 음성 통화] 네. 그래서 불만도 많고.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로 경제적 타격을 입은 북한 북부 지방 주민의 하소연입니다.

일본 ‘아시아프레스’가 최근(지난 2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제공한 북한 주민과 통화 내용에 따르면 대북제재로 주요 수출품의 무역 통로가 막히면서 북한 권력층과 부유층부터 일반 주민까지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2017년부터 강화된 대북제재 조치로 북한 광물∙수산물의 수출길과 노동력의 해외 파견 등이 막히고 주요 외화 수입원이 원천 봉쇄되면서 수많은 수출 관련 무역회사가 문을 닫았습니다. 이 때문에 몰락한 신흥부유층(돈주)이 속출했으며 이들로부터 돈을 받았던 권력 기관의 수입도 끊겼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연쇄적으로 광산∙수산기지 등 수출 산업 근거지의 노동자 수입이 급감한 데다 상품∙자금의 유통이 원활지 않다 보니 평양 내 상인의 장사마저 큰 타격을 입었다는 것이 지금 북한 내에서 들려오는 소식입니다.

북한과 자주 연락한다는 50대 탈북 여성이 전하는 분위기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50대 탈북 여성] 일반 주민은 일반 주민대로, 간부들은 간부들대로. 하여간 전화하는 사람마다 “세상이 어떻게 되려고 하나. 살기 힘들어 죽겠다”며 하나같이 우는소리를 합니다.

지난해 북한의 대중 무역 수출액은 약 2억 1천520만 달러로 전년도보다 1% 증가에 그쳤다는 중국 해관의 최근 통계 자료가 북한 경제의 현 상황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처럼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장기화하고, 실제로 일반 주민의 생활에도 큰 영향을 미치면서 김정은 정권에 대한 불만이 확산하는 것도 사실입니다.

또 북한 내부에서는 두 차례의 미북 정상회담을 지켜보며 가졌던 제재 완화에 대한 기대가 큰 실망으로 바뀐 지도 오래라고 이시마루 지로 ‘아시아프레스’ 오사카 사무소 대표는 전했습니다.

[이시마루 지로] 작년 12월 28일부터 4일간 연속으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를 하지 않았습니까? 여기에서 ‘전대미문의 난국에 대해 정면돌파 전을 계속하겠다’, 그리고 ‘우리는 자력갱생으로 할 수 있다’, 이렇게 내용을 정리할 수 있을 겁니다. 그런데 북한 내부의 취재협조자, 북한에서 출국한 무역 간부에게 물어보면 한결같이 ‘자력갱생은 불가능하다’는 말이에요. 새로운 방법이나 대책이 없어서 ‘자력갱생’이 나오는 것이다. 이는 방법이 없다, 대책이 없다는 말과 같은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렇다 보니 김정은 위원장이 올해 강조한 ‘자력갱생’에 대해서도 불신은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미봉책에 불과한 ‘정면돌파’… 주민 삶은 더 어려워

김정은 정권이 대북제재의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다양한 대체 수입원으로 눈을 돌리고 있지만, 북한 주민의 삶에는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국가 밀수를 통해 벌어들이는 수입 대부분과 중국으로부터 몰래 지원받는 식량∙석유 등도 일부 특권층과 부유층에 집중되기 때문입니다.

또 중국의 식량 지원으로 북한 시장의 쌀값이 안정화되면 오히려 내수 경기가 나빠진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50대 탈북 여성은 제재 완화를 통해 수출입이 자유로워지고 물품의 유통이 원활해야 내수 경기도 살아나는데, 꽉 막힌 상태에서 지원만 하다 보니 나타나는 역효과라고 꼬집었습니다.

[50대 탈북 여성] 쌀값이 내려가면. 생활이 안정될 것 같은데요. 오히려 더 악화하거든요. 제가 북한에 있을 때도 쌀값이 내려가면 이상하게 살기 힘들어요. 쌀 가치가 내려가면 일단 농장원들이 살기 힘들죠. 예를 들어 쌀 10kg으로 옷 한 벌 사던 것이 지금은 30kg을 팔아야 하는 거예요. 농민들은 더 살기 힘들고요. 또 도시에서도 쌀을 사 먹으려면 돈을 벌어야 하는데, 쌀값이 내려가면 이상하게 상품도 잘 안 팔리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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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최근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모든 난관을 ‘정면돌파’하겠다고 선언한 가운데 평양 시내에 새 선전구호들이 내걸렸다. 사진은 ‘우리의 전진을 저애하는 모든 난관을 정면돌파전으로 뚫고나가자!’는 구호.
/연합뉴스

김정은 위원장이 ‘자력갱생’을 강조하면서 내부 단속도 강화됐습니다.

특히 ‘간부들의 재무장화’, ‘간부 중심의 사회주의 질서’ 등을 내세우며 이를 지키지 않는 자에 대해서는 처벌을 시사했습니다. ‘자력갱생’으로 제재에 대해 정면돌파를 하려다 보니 간부들에게 무리한 요구를 할 수밖에 없고, 이는 불법과 부정부패 등을 동반한 사회기강의 해이로 이어집니다.

결국, 일반 주민만 더 어려워지는 것은 물론 북한 체제도 크게 약화할 것이란 게 이시마루 대표의 지적입니다.

[이시마루 지로] 여러 가지로 계속 어려워지지 않습니까? 생활도 어렵고 조직 운영도 어려워집니다. 김정은 정권의 핵심에서 나온 지시가 합리적이 아닌 무리한 강요밖에 없으니까 간부와 일반 주민 사이에서 “우리 수뇌부는 능력이 없구나, 희망이 없구나”라는 분위기가 크게 확산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요. 중앙 간부는 물론 지방 간부, 조직, 기업소, 일반 주민에 이르기까지 과업을 다 집행하라는 지시가 강하게 내려지는데, 이를 집행하려면 비법 활동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정 박 미 브루킹스연구소 한국 석좌는 올해 초 ‘대북제재의 완화’ 대신 ‘자력갱생’을 선언한 김정은 위원장이 제재의 고통을 온전히 북한 주민에게 전가하고 있다고 꼬집었습니다.

[정 박] 북한의 김씨 왕조는 지난 70년 동안 다른 사람들의 고통에 개의치 않았죠. (올해 초) 김정은 위원장의 긴 연설을 들어보면, 제재의 고통을 피하기 위해 모든 것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적대적 외부 세력인 미국에 맞서 북한 주민이 더 열심히, 더 오래, 더 빨리 일해야 한다는 데 맞춰져 있습니다.

외화 수입원의 원천 봉쇄로 핵심 권력층과 부유층의 수입원이 감소하고 김정은 정권의 통치자금이 바닥을 보이면서 적신호가 켜진 가운데 그동안 강조했던 경제발전과 대북제재의 완화를 이끌어내지 못하면 특권층과 주민 사이에 확산하는 불만과 책임론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북한 내부 불만, 김 위원장의 태도 변화 촉매제 될까?

대북제재로 고통받는 북한 주민의 불만이 확산하고, 혼란이 가중되는 내부 상황이 미북 비핵화 협상에서 김정은 위원장의 태도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을까.

미국 내 한반도 전문가들도 이점을 주목하고 있지만, 견해는 엇갈립니다.

미 민주주의 수호재단(FDD)의 데이비드 맥스웰 선임 연구원은 최근(14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제재의 장기화에 따라 점점 커지는 북한 내부의 불만이 앞으로 비핵화 협상에 임하는 김정은 위원장의 마음을 바꿀 촉매제가 될 가능성에 기대감을 나타냈습니다.

김 위원장이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부터 제재 완화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지만, 이를 얻어내는 데 실패함으로써 핵심 권력층과 군부, 일반 주민으로부터 압력을 받고 있기 때문에 계산법을 바꿀 수 있다는 겁니다.

[데이비드 맥스웰] 북한이 그동안 미북 협상에서 정치적∙경제적 양보를 얻어내기 위해 긴장을 고조시켰지만, 어떤 양보와 제재 완화를 얻어내는 것에 실패했습니다. 이는 김 위원장에 대한 압력으로 작용해 앞으로 임할 협상에서는 제재 완화를 이끌어내기 위해 계산법을 바꾸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봅니다. 내부 압력이 김 위원장으로 하여금 생각을 바꾸게 할 수 있다는 거죠.

김정은 정권이 정말 두려워하는 것은 미국처럼 외부 세력이 아닌 북한 내부에서 확산하는 주민들의 불만이라고 탈북자들은 지적합니다.

[50대 탈북 여성] 과거 김정일 정권과 김정은 정권이 다른 점이 있습니다. 옛날에는 경제 파탄, 지금은 대북제재 때문에 혼란기인데, 김정일은 백성을 처형했지만, 지금은 간부를 죽입니다. 이렇게 민심을 잡고 있지만, 쉽지 않죠. 간부들도 북한의 기본 구조에서 움직이는 사람들인데, 이 사람들의 교체만으로 민심을 잡기 힘들거든요.

물론 그렇지 않다는 관측도 여전합니다. 안드레이 란코프 한국 국민대학교 교수는 표현의 자유가 허락되지 않는 북한에서 일반 주민의 실망을 과연 심각하게 여길지 의문이라고 말합니다.

[안드레이 란코프] 특히 작년 2월 하노이 정상회담까지 북한의 집권 계층과 일반 주민은 김 위원장이 바로 대북제재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줄 알았습니다. (제재 완화를 하지 못한 것에 대해) 물론 실망이 있지만, 북한에서 실망이 있다는 것이 중요합니까? 일반 주민이 자신의 의견을 표시할 수 있을까요?

하지만 대북제재로 핵심 권력층과 부유층이 누렸던 특혜가 사라지고, 일반 주민의 기본적인 생활이 무너졌을 때 김정은 정권에 대한 충성심의 약화는 막을 수 없다는 것이 정 박 한국 석좌의 지적이기도 합니다.

[정 박] 최소한 북한 특권층은 사치품을 갖는 데 매우 익숙합니다. 백화점, 고급 레스토랑, 스케이트 공원, 물놀이장 등을 누렸죠. 그리고 한 번 촉발된 야망과 욕구 위에 군림하는 것은 매우 어려울 겁니다. 이들이 고통받지 않고 더 누릴 수 있도록 해줘야 하는데, 이런 점에서 김 위원장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한국 은행은 올해 초 북한은 ‘보유외화 축소 초기 단계’에 진입함에 따라 대북제재가 지속되면 시장 물가와 환율의 안정세를 유지하기 어렵다고 전망했습니다.

따라서 북한은 ‘중국과 국가 밀수’, ‘관광 상품의 개발’, ‘사이버 해킹’ 등 제재 국면에서 당분간 버틸 수 있는 우회 통로를 끊임없이 찾고 있지만, 비핵화를 통해 제재 완화를 이끌어내지 못하면 북한 내부의 불만은 더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

이를 계기로 국제사회가 비핵화 협상에서 김 위원장이 점진적으로 생각을 바꿀 수 있도록 유도해갈 필요가 있다고 박수진 우드로윌슨센터 연구원은 제안합니다.

[박수진] 현재로서 북한 김정은 위원장이 진지하게 비핵화를 고려하고, 비핵화를 할 것이란 객관적인 근거는 없지만, 끊임없이 테스트해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새로운 플레이어(player)고, 본인 말대로 인민들을 굶주리지 않고, 허리띠를 안 졸라매는 잘사는 세상을 만들고 싶다고 했잖아요. 또 비핵화 협력을 위한 첫발은 떼지 않았습니까. 지금까지 폐쇄됐고, 늘 체제 붕괴의 불안함을 느끼는 상황에서 너무 급진적으로 가기보다 안심할 수 있게 조금씩 유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경제발전을 통해 ‘인민들을 잘 살게 하겠다’, ‘허리띠를 졸라매지 않게 하겠다’고 약속한 김정은 위원장.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무엇을 선택해야 할지는 김 위원장 자신도 이미 알고 있다는 것이 오늘날 북한을 바라보는 국제사회의 조언입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

Source: rfa_rss_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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