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경제, 어제와 오늘] 자력갱생

앵커: 언론인이자 학자로서 북한 문제, 특히 경제분야를 중점적으로 다뤄온 문성희 박사와 함께 짚어보는 ‘북한 경제, 어제와 오늘’ 시간입니다. 문성희 박사는 현재 일본 도쿄에서 시사 주간지, 슈칸 킨요비(주간 금요일) 기자로 한반도 문제를 주로 다루고 있고 2017년 도쿄대에서 북한 경제분야 연구로 박사학위를 취득했습니다. 이 시간에는 북한에 나타나고 있는 시장경제체제의 현황과 그 가능성을 짚어보고 개선돼야 할 점까지 중점적으로 살펴봅니다. 대담에 박정우 기자입니다.

<기자> 북한이 최근들어 부쩍 자력갱생을 강조하고 나섰습니다. 사실 북한에서 자력갱생을 주창하고 나선 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문성희 박사님, 북한에 계실 때 자력갱생이란 말, 자주 들어보셨을 듯합니다.

문성희 박사
문성희 박사
(사진 제공:문성희)

문성희: 네, 그럼요. 북한에서는 일종의 구호랄까 ‘자력갱생으로 살아가자’라고 하는 걸 모든 사람들이 말하고 있었기 때문에 주민들에게 매우 익숙하다는 걸 느꼈습니다.

<기자> 그런데 북한이 최근들어서 자력갱생을 다시 강조하고 나선 건 결국 대북제재와 관련해 미국이 강경한 입장을 보이면서 자력갱생을 통해 경제건설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재차 내보였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데 어떻습니까?

문성희: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왜냐면 제재가 계속되면서 경제협력을 해 줄 나라도 없고 하니까 결국 자신들이 모든 걸 해결해야 한다는 거죠. 그렇게 되면 역시 자력갱생을 통해서 경제건설을 해보겠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고 할까, 그렇게 저는 느끼고 있습니다.

<기자> 북한의 이런 자력갱생을 통한 제제 돌파 입장이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하는 여러가지 의문이 듭니다. 한편으로는 최근 들어 비록 일부긴 하지만 경제부문에서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최근 직접 접해본 북한 상품들이 여러모로 꽤 좋아졌다면서요?

문성희: 네, 하나 실례를 들어보겠습니다. 실은 9월에 방북한 한 재일교포 친구한테서 선물을 받았어요. 한국에서도 많이 팔리는, 시트로 된 피부용 팩이었던데 그걸 보고 놀랐어요. 포장이 완전히 한국이나 일본제품과도 비교해 손색이 없는 것이에요. 사진을 보시면 아시겠는데, 이것 같으면 한국이나 일본 등에서 팔아도 사람들이 살 것 같지 않습니까? 말 안 하면 아무도 북한 상품이라고 생각을 하지 않을 것입니다.

마스크팩 포장 뒷면. 그림으로 사용법을 상세히 설명하고 있다. (2019년 9월)
마스크팩 포장 뒷면. 그림으로 사용법을 상세히 설명하고 있다. (2019년 9월)
/문성희 박사 제공

<기자> 사진을 보니까 과연 그렇네요.

문성희: 그렇지요. 뒷면을 보면 팩을 쓸 방법을 그림으로 설명하고 있는데 이런 것은 처음 봤습니다. 포장 자체가 세련된 감이 있어요. 그리고 설명까지 적어 놓았다는 것은 서비스정신이라 할까 물건을 팔자는 의욕이 보이지요. 제가 2010년이나 2011년에 방북했을 때에도 삼일포특산물공장 직매점에서는 질도 좋고 포장도 세련된 물건들이 판매되고 있었어요. 예를 들어 플라스틱 봉투에 들어간 소주라든가. 그러나 여기는 군대가 운영하는 공장이었기 때문에 가능한 측면이 있었지요. 그러나 요즘은 그런 것이 일반 공장이나 상점에서도 흔히 볼 수 있게 되었다고 봅니다.  팩을 생산한 금강산합작회사는 최근에 북한에서도 널리 알려진 화장품 전용회사로 여기 상품이 북한 여성들에게도 인기를 끌고 있다는 것은 조선신보 등에서도 소개가 되었어요.

<기자> 팩을 직접 써 보셨나요?

문성희: 네, 제가 이 방송을 위해서 직접 사용해 봤습니다. 괜찮았어요. 한국이나 일본 팩 제품도 제가 좋아해서 많이 써보거든요. 그런데 그런 것들과 비교해서 전혀 손색이 없고 다만 약간 향이 독하다고 할까, 향이 강한 건 약간 아직 (품질이) 모자라는구나 하고 느꼈지만 수분같은 건 괜찮고 사용한 뒤에 피부 느낌도 굉장히 좋았습니다.

북한의 료녕금컵식품유한공사에서 만든 ‘금컵 초코레트 찰떡’ 포장지 앞,뒤. (2018년)
북한의 료녕금컵식품유한공사에서 만든 ‘금컵 초코레트 찰떡’ 포장지 앞,뒤. (2018년)
/문성희 박사 제공

<기자> 그런데 북한에서 한국의 초코파이와 유사한 제품도 팔고 있다면서요?

문성희: 네, 한국 초코파이를 본 딴 것인지는 모르겠는데 ‘초콜레트 찰떡’이라는 상품이 이미 지난해에 생산된 것 같아요. 역시 관광을 위해 북한에 갔다온 일본친구가 제게 선물로 줬습니다. 생산하는 료녕금컵식품유한공사는 북한에서도 유명한 식품 생산 회사입니다. 료녕이라는 말이 붙었으니까 중국과 합작을 하고 잇는 것이 아닐까 생각이 되는데. 여기서 생산되는 과자가 북한 주민들에게 인기를 모으고 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예요. 영어로는 ‘CHOCOLATE RICE CAKE’ 라는 명칭이니까 원조 ‘초코파이’ 와는 달리 안에는 떡이 들어가 있는 것 같아요.

<기자> 맛은 어떻던가요?

문성희: 그게 선물로 받았을 때 북한제 ‘초코파이’가 신기해서 먹지 않고 보관해 두었어요. 최근에 와서 좀 맛을 보자고 생각했는데 패키지 표면에 ‘20180423’이라고 적혀져 있는 것이 제조년월일을 뜻하는 것인지, 유통기한을 의미하는 것인지 모르는거에요. “‘20180423’ 이 유통기한이라면 어떡하지?” 라고 생각하면 좀 겁이 나요. 포장지 겉면에 보관기일이 3개월이라고 씌어 있으니까 ‘20180423’이 제조년월일이라고 하여도 유통기한은 벌써 넘고 있는 것이지요.

<기자> 이건 내수용인가요, 수출용인가요?

문성희: 확인한 것은 아니지만 포장지 앞면과 뒷면에 러시아어로 상품명과 주원료 등이 적어져 있는 것을 보니까 아마도 러시아에도 수출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을 합니다.

<기자> 북한이 국제사회의 경제제재를 받으면서도 이런 제품들을 생산해 낼 수 있었다는 점은 우리가 눈여겨 봐야겠군요.

문성희: 네, 그렇다고 봅니다. 최근에도 북한이 자강력을 여러 번 강조하는데, 미국과의 관계가 풀리지 않으면 제재 완화도 불가능한 것이지요. 그렇지만 경제는 발전시켜야 된다, 그러기 때문에 북한 나름으로 자력갱생의 힘을 발휘하고 있다는 것이지요. 그렇지만 이건 과거 김정일정권 시기부터도 그러했고 별로 새로운 것은 아니다고 봅니다. 제가 새롭다고 느끼는 것은 피부용 팩이라든가 초코파이라든가 외국상품과 별로 다름이 없는 것들이 속속 나오고 있는 것이에요. 북한도 많이 달라졌구나 하는 인상입니다.

지난해 일본에서 첫 발간된 문성희 박사의 북한 경제에 관한 저서 ‘맥주와 대포동’ 한국어판이 최근 한국에서 출간됐다.
지난해 일본에서 첫 발간된 문성희 박사의 북한 경제에 관한 저서 ‘맥주와 대포동’ 한국어판이 최근 한국에서 출간됐다.

<기자> 그러니까 북한이 과거와 똑같은 자력갱생 구호를 외치고 있지만 실제 과거와 달리 일부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건가요?

문성희: 네, 여러가지 들려오는 이야기를 종합하면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2012년까지 북한을 자주 드나들고 있었을 때의 이야기를 담은 책 ‘맥주와 대포동’에서 쓴 현상보다도 훨씬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합니다. 그건 매우 긍정적인 모습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자> 하지만 이런 국제화된 시대에 자력갱생이라니 사실 잘 와닿지 않는데요 일부 소비재에서 조금 발전된 제품을 내놓고 있다고 해서 궁극적으로 북한 경제를, 주민들이 다 잘 살 수 있는 그런 상황으로 만드는 데 자력갱생이 걸림돌이 되지 않을까요?

문성희: 그건 물론 그렇겠지요. 결국은 이런 글로벌, 즉 국제화 시기에 자신들만의 힘으로 살아간다는 건 어렵지 않습니까. 앞으로 경제적으로 더욱 비약하자면 대외경제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은 북한도 잘 알고 있겠지요. 다만 그렇게 하자면 경제 제재가 풀려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북미관계가 풀려야 한다, 이 순환이 잘 되면 북한 경제가 비약적으로 발전할 시기가 올 것이라고 생각하고 그렇게 되면 북한에 투자하자는 기업들도 나올 것이라고 봅니다. 다만 북한에 잠재력이 있다는 사실은 오랫동안 북한을 관찰해 온 사람으로서 단언할 수 있습니다.

<기자> 네 결국은 핵문제 해결이 북한의 비약적인 경제발전을 가져올 수 있다, 이런 지적이십니다. 문 박사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Source: rfa_rss_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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