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슨앤드존슨, 의료기기 결함 알고도 한국 수출…피해자에겐 소 취하 압박

뉴스타파-ICIJ 공동기획
인체이식 의료기기의 비밀 : 업체와 의사의 ‘검은 공생법’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뉴스타파는 지난해 11월 26일부터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 ICIJ 주관으로 36개국, 59개 언론기관과 함께 글로벌 의료기기 산업의 문제점을 파헤치는 프로젝트(인체이식 의료기기의 비밀, Implant Files)를 공동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시리즈 기사는 뉴스타파 ‘인체이식 의료기기의 비밀‘ 페이지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뉴스타파는 지난해 11월부터 글로벌 의료기기업체 존슨앤드존슨의 자회사인 드퓨가 한국에서 지난 2006년부터 4년 넘게 판매한 인공고관절 ASR 제품의 문제점을 집중 보도하고 있다. 이 제품은 금속면이 서로 맞물리며 움직이는 인공관절이다. 이 문제의 제품을 이식한 환자들은 인공관절이 움직일 때 접촉면이 마모돼 나오는 중금속으로 인해 심각한 부작용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이 제품은 지난 2010년 8월 전세계 시장에서 리콜된 바 있다. 그러나 이미 리콜 시점에는 전세계 9만 명이 넘는 환자들의 몸에 이식된 상태였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국내에서는 총 321명의 환자들이 이 제품을 이식받았다.

뉴스타파는 연속 기사를 통해 환자들이 리콜 사실을 몇 년이나 지나 통보받았거나 리콜 사실 자체를 최근까지 모르고 있었다는 사실을 밝혔다. 또 규제감독 당국과 업체, 의료기관 모두 제역할을 다하지 못했으며, 이 때문에 피해 환자들이 제품 부작용으로 인한 수술과 치료를 받고도 드퓨가 보상하기로 약속한 비용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폭로했다.

특히 국내 환자들은 이 같은 드퓨의 행태에 법적 책임을 묻고 싶어도 국내법상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가 없고, 식약처도 다른 나라 규제감독 당국에 비해 너무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해 국내 환자들이 차별 대우를 받고 있다는 사실도 밝혔다. (관련 기사: 늑장 리콜 통보에 쥐꼬리 보상…한국 환자 ‘하등민’ 취급)

미국에서 손배소 제기한 한국 피해 환자에 소 취하 압박

올해 2월 식약처 담당자의 주선으로 한국존슨앤드존슨메디칼 담당자와 3자간 만남을 가진 드퓨사 인공고관절 피해자 정상호 씨는 당시 만남에서 존슨 측이 약속했던 국내 별도 보상프로그램 가동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던 중 정 씨는 드퓨 본사를 대상으로 징벌적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기 위해 선임했던 미국 변호사에게서 지난 7월 16일 이메일 한 통을 받았다. 이메일에는 드퓨 측에서 보내온 서면이 첨부돼 있었다.

드퓨 측 법률대리인은 정 씨 법률대리인 앞으로 보낸 해당 서면에서 미국 법원이 과거 정 씨처럼 손배 소송을 미국에서 제기했던 외국인 환자들에게 각하 결정을 내렸다는 사례를 언급하며 한국 환자들도 자진 취하하는 게 좋을 것이라고 압박했다. 괜한 소송비용을 들이지 말라는 충고도 곁들였다.  또, 정 씨가 존슨앤드존슨 한국지사에 직접 연락하지 않도록 조치해 달라는 요청까지 했다.

그런데 정 씨는 비슷한 시기에 인공고관절 문제를 취재하던 한 언론사 취재진을 통해 모종의 물밑 연락을 받았다. 정 씨는 지난 7일 뉴스타파와의 인터뷰에서 해당 언론사 취재진이 “(존슨앤드존슨과 드퓨 미국 본사 측이) 합의할 의사가 있고 (정 씨의) 미국 변호사에게 접촉을 조만간 해올 것 같다”는 내용을 자신에게 전달해줬다고 설명했다. 또 해당 취재진은 한국존슨앤드존슨메디칼이 지난 2월 제안한 대로 지지부진한 글로벌 보상프로그램이 아니라 국내에서 별도의 자금을 마련해 보상하겠다는 내용도 전달했다고 한다. 그러나 13일 현재 정 씨는 한국존슨앤드존슨 측에서 직접적인 연락은 받지 못 했다.

뉴스타파 취재진은 한국존슨앤드존슨 측에 언론사를 통해 정 씨를 우회 접촉했는지 물었다. 이 회사는 “새로운 제안을 할 목적이 있었던 것은 아니”라며 “정 씨가 미국에서 소를 제기한 상태이기 때문에 해당 취재진을 통해서 기존에 이미 정 씨에게 제안한 바 있는 한국 지사 차원에서의 보상 문제에 대한 의사를 물어본 것”이라고 해명했다.

한편, 기존 글로벌 보상 프로그램에 등록했던 피해 환자 2백여 명은 드퓨 미국 본사와 존슨앤드존슨 한국지사가 일부 환자에게만 물밑으로 접촉하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정 씨와 같이 문제의 ASR 제품 피해자이지만 보상을 받지 못했던 김 모 씨는 최근 존슨앤드존슨 한국지사 측으로부터 별다른 설명 없이 수술 증빙서류를 제출하라는 얘기만 들었다고 말했다.

존슨앤드존슨과 드퓨, 10여년 전 제품 결함 알고도 한국 수출 강행

한국 정부가 드퓨가 제조한 문제의 ASR 인공고관절 제품 수입허가를 한 지난 2005년 10월, 존슨앤드존슨은 이미 제품 하자를 인지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추가로 확인됐다. 뉴스타파는 독일 공영방송 NDR 취재팀이 보도한 존슨앤드존슨과 자회사 드퓨 사이에 오간 내부 이메일을 입수해 이 같은 내용을 확인했다.

이 이메일 자료 등에 따르면 존슨앤드존슨과 드퓨 본사가 자사 ASR 인공고관절 제품을 이식받은 환자들 사이에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는 걸 처음 인지한 것은 2005년 1월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제품 시술 경험이 많은 유럽 지역 정형외과 전문의들은 당시 제품에 하자가 있는 것으로 의심되는 부작용 사례를 알리며, 존슨앤드존슨 측에 해명을 요구했다.

이 같은 요구는 이듬해인 2006년까지 이어졌고 존슨앤드존슨 고위 임원도 세계 각지에서 들려오는 높은 수준의 해당 제품 재수술률을 걱정하기 시작했다. 상황 수습을 위한 전략을 마련하던 존슨앤드존슨 관계자들은 제품 설계 디자인을 수정을 해야한다는 내부 논의를 진행했다. 이 같은 논의는 2008년 하반기까지 이어졌다. 그러나 경영진은 끝내 2008년 11월, 제품 수정계획을 무산시켰다. 제품 설계 수정 비용이 너무 컸기 때문이다. 존슨앤드존슨과 드퓨 임원들은 이 같은 일을 함구하기로 하고 계속 결함 제품을 판매했다.

한국에서만 소극적인 배상…당국의 느슨한 감독, 허술한 법 체계 덕분

문제의 ASR 인공고관절 제품 피해 환자들이 제대로 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뉴스타파의 연속 보도에도 식약처 담당자는 업체 제재 대신 지난 2월 수입사인 한국존슨앤드존슨 담당자와 피해 환자 대표를 연결해 3자 회동을 주선했다. (관련 기사: 식약처는 브로커?…의료기기 한국피해자 ‘하등민’ 취급 여전)

미국에서 드퓨 본사를 상대로 소송을 하지 못하고 있거나, 소 제기를 시도했으나 각하된 일부 국가의 ASR 인공고관절 피해자들은 자국 정부의 노력과 자국법을 통해 배상과 보상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9월, 존슨앤드존슨과 드퓨는 인도 당국의 결정에 따라 피해자 4천여 명에게 배상과는 별도로 1인당 2백만 루피(미화 2만7천여 달러, 우리 돈 2천여만 원)에 이르는 보상금을 지급하겠다고 발표했다. 인도에는 4천7백 명에 이르는 ASR 인공고관절 제품 피해 환자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인도 보건당국은 존슨앤존슨 측이 제품 부작용 배상금으로 기존에 지급한 금액이 부족하다며 별도의 보상금을 환자들에게 지급하라고 존슨 측에 촉구한 바 있다.

2019년 3월 현재, 문제의 드퓨 ASR 인공고관절을 이식받은 321명의 한국인 환자들 중 216명만이 공식 보상 프로그램에 등록한 상태다. 식약처는 여전히 미등록 상태인 105명의 환자들 중 49명은 사망했고, 49명은 등록을 거부했으며, 3명은 주소지 변경, 4명은 외국인이라고 밝혔다.

취재 : 김지윤, 홍우람, 연다혜
촬영 : 이상찬, 오준식, 김기철
편집 : 김 은
CG : 정동우
디자인 : 이도현

Source: Newstapa_total_R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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