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비스트’ 박수환 문자⑦ 검사장, 부장검사까지…검찰 로비 의혹

2016년 8월, 송희영 당시 조선일보 주필과 대우조선해양의 유착 관계가 폭로돼 언론과 재계의 검은 거래가 또다시 세간의 관심을 끌었다. 이 사건은 검찰 수사로 이어졌고, 송 전 주필은 접대골프, 초호화 해외여행 등 향응을 제공받은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았다. 현재 2심 재판이 진행중이다.

그런데 송 전 주필과 대우조선해양 사이에는 연결고리가 있었다. 바로 홍보대행사 뉴스컴의 박수환 대표였다. 그는 언론과 기업을 연결하는 ‘로비스트’였다.

뉴스타파는 지난 수개월간 언론과 기업의 부적절한 공생관계를 취재해 왔다. 그 과정에서 둘 사이의 관계를 노골적으로 보여주는 방대한 자료를 입수했다. 바로 ‘로비스트’ 박수환의 휴대폰 문자 파일이다. 2013년 1월부터 2015년 7월까지 박수환의 휴대폰에 저장됐던 것으로 총 2만 9534건에 달한다.

문자의 상당부분은 사적인 내용이거나 회사업무와 관련된 것이었다. 하지만 일부 문자에서 언론과 기업의 부적절한 공생, 유착관계를 보여주는 흔적들이 확인됐다. 뉴스타파는 박수환 문자에 등장하는 언론인 등 사회지도층 인사들의 민낯을 연속보도한다.

<편집자 주>

뉴스타파가 입수한 ‘로비스트’ 박수환 문자 파일에서 박수환 뉴스컴 대표가 법조계를 상대로 각종 로비를 벌인 흔적이 발견됐다. 검찰의 대기업 수사 과정에서 담당 검사 선정에 관여한 정황, 자신과 관련된 사건을 기업 임원을 통해 검찰 고위직에 청탁한 정황 등이다.

▲‘로비스트’ 박수환 문자에서 박수환 대표가 법조계를 상대로 로비를 한 정황이 추가로 확인됐다.

‘박수환 문자’에서 법조계 로비 흔적 추가 발견…‘검찰 고위직에 개인 민원 청탁 시도’

지난 13일 뉴스타파는 로비스트 박수환과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주고받은 112건의 문자메시지 내용을 보도한 바 있다. ‘박수환 문자’에 따르면, 두 사람은 2013년 11월부터 2015년 5월까지 수시로 문자를 주고받았다. 박수환 뉴스컴 대표가 우 전 수석에게 사실상 정치컨설팅을 한 정황이 확인됐고, 우 전 수석에게 불리한 기사를 인맥을 동원해 뺀 정황도 드러났다. 박수환은 우 수석에게 보낸 문자에서 해당 기사를 빼 준 사람이 송희영 전 조선일보 주필이라고 했다.

우병우와 박수환, 그리고 송희영 전 조선일보 주필은 일명 ‘효성팀’으로 불렸다. 2013년 벌어진 효성그룹 ‘형제의 난’ 당시 이들이 효성그룹 차남 조현문 씨를 도우면서 붙여진 이름이었다.

 

뉴스타파는 우 전 수석 관련 문자 내용을 취재하는 과정에서 최근 구속기간 만료로 석방된 우 전 수석과 20분이 넘는 전화인터뷰를 진행했다. 우 전 수석이 언론인터뷰에 응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우 전 수석은 인터뷰에서 박수환과 관련된 의혹을 모두 부인했다.

박수환 뿐만 아니라 누구든지 간에 조언이라고 보내오면 ‘예 알겠습니다’하고 답하는 건 예의 아닌가요. ‘하지마세요’, ‘앞으로 나한테 문자 하지 마세요’라고 해야하나요. 그건 아니잖아요. 그 사람한테 무슨 내 홍보나 이런 걸 해달라고 부탁한 적도 없고, 계약한 적도 없고 돈 준 적도 없고 내가 거꾸로 받은 적도 없고, 아무 관계도 없는 사람이에요. 관계는 단 조현문 때문에 알게 된 관계라는 거죠.

그런데 ‘로비스트’ 박수환 문자에서 박수환 대표가 법조계를 상대로 로비를 한 정황이 확인됐다. 자신의 고객인 효성그룹 관련 검찰 수사에 개입한 정황, 자신과 관련된 사건을 검찰 고위직 인사에게 청탁한 정황 등이다.  

2014년 6월 10일, 박수환은 김모 변호사에게 문자를 받았다. 김 변호사는 박수환과 함께 효성그룹 차남 조현문을 돕던 사람이었다. 김 변호사가 보낸 문자에는 “우리(조현문)쪽 요청사항을 검찰에 잘 전달했다’는 내용과 함께 “부장검사에게 모 대학 출신 검사를 사건에 배정해달라고 얘기했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다음 날인 6월 11일, 김 변호사는 박수환에게 다시 문자를 보냈는데, 자신들이 원하는대로 검사가 배당됐다는 내용이었다. 문자를 보낸 김 변호사는 담당검사에 대해 ‘다루기 쉬운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결국 사건 당사자인 박수환 측이 검찰의 고유권한인 담당 검사 선정에 개입했고, 검찰이 이런 부적절한 청탁을 들어줬음을 짐작케 한다. 만약 문자내용이 사실이라면 ‘공무원 행동강령’을 정면 위반한 사례로도 볼 수 있다.  

공무원 행동강령 제6조
직무를 수행함에 있어 지연, 혈연, 학연, 종교 등을 이유로 특정인에게 특혜를 주거나 특정인을 차별하여서는 아니 된다.

게다가 공교롭게도 뉴스타파가 확인한 문자에 등장하는 인물들, 박수환에게 문자를 보낸 조현문 측 변호사와 부장검사를 찾아간 또 다른 변호사, 그리고 청탁을 받은 것으로 보이는 부장검사와 사건을 배당받은 검사는 모두 같은 대학 출신이었다.

“담당 검사는 A대학 출신으로”…조현문 측, ‘효성’ 사건 때 검찰에 부당 청탁

취재진은 박수환 대표에게 문자를 보낸 조현문 측 김모 변호사, 역시 조현문 측 변호인으로 부장검사를 찾아간 것으로 문자에 등장하는 이모 변호사에게 연락해 ‘박수환 문자’와 관련된 입장을 물었다. 두 사람은 모두 “의뢰인에게 과장해서 거짓말을 했다”는 식으로 의혹을 부인했다.  

클라이언트에게 조금 과장되게 얘기를 했던 모양입니다. 우리 변호사들이 클라이언트한테 자기 신용을 얘기할 때 담당검사 무지하게 잘 압니다. 이런 식으로 약간 과장해서 말하는 경우가 많아요. 잘못했습니다. 그점은 잘못했고, 그렇게 하면 안 되죠. (김모 검사가 다루기 쉬울 것이란 표현에 대해서는) 그저 이모 변호사가 나한테 자기 후배가 사건을 맡았는데 자기한테 신세 진 일도 있고 잘 해줄거라는 취지로 얘기했나봅니다. 원래 변호사들이 그렇게 얘기합니다.

김OO 변호사 / 조현문 전 효성 부사장 변호인

말도 안 되는 소리죠. 요즘 어떤 변호사가 담당 검사 배정에 권한을 행사해요.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소리죠. 법조계 누구에게 물어봐도 말이 안 된다고 할 겁니다. 왜 그런 소리를 적어놨는지 모르겠네요.

이OO 변호사 (당시 조현문 법률대리인)

효성그룹 ‘형제의 난’과 관련, 박수환이 자신의 인맥을 활용해 검찰 수사에 부적절한 영향을 미치려 한 정황은 또 있다.

2013년 11월, 박수환 대표는 자신과 관련된 악성 루머를 퍼뜨려 명예를 훼손했다며 효성그룹의 한 홍보담당 임원을 고소했다. 해당 임원은 박수환의 고객인 조현문의 반대편에 있던 조현준 효성 회장 측 인사였다.

박수환의 고소로 시작된 수사는 효성그룹 본사와 가까운 서울 마포경찰서에서 진행됐고, 수사가 시작된 지 20일 만에 관할 검찰청인 서울서부지검으로 송치됐다.

사건이 송치된 이후 박수환은 당시 변호사였던 우병우의 도움을 받았다. 우병우에게 탄원서 검토를 부탁하고, 우병우는 박수환에게 사건 번호와 피고소인 이름, 피고소인의 효성 내 직책 등을 요구한 내용이 ‘박수환 문자’에서 발견됐다. 이런 문자내용은 우 전 수석의 그간 주장과는 배치되는 내용이다. 우 전 수석은 최근 뉴스타파와 가진 전화인터뷰에서 “박수환 대표는 조현문 씨 문제로 알게 된 사이일 뿐, 아무런 계약관계가 없다”고 주장한 바 있다.  

내가 특별한 용건이 있어서 그 사람에게 뭘 한 것도 아니고 박수환하고 나하고는 계약관계도 없고 아무것도 없는 거에요. 거래 관계가. 내가 그 사람하고 무슨 특별히 뭘 해야될 이유는 없잖아요. 거래 관계가 아무것도 없는데.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박수환, 사기업 임원 통해 지검장에 개인 민원 청탁 의혹…검찰, “청탁이나 압력 없었다”

2013년 12월 26일, 박수환 대표는 평소 친분이 있던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최모 부회장에게  문자를 보냈다. 본인이 고소인인 사건의 담당검사 이름과 사건번호가 담긴 문자였다. 박수환은 “나쁜 짓을 한 사람(자신이 고소한 효성 임원)이 엄벌을 받게 해 달라”고 문자에 적었다.  

3일 후, 이번엔 최모 부회장이 박수환에게 문자를 보냈다. 박수환의 요청사항을 ‘문지검장’에게 전달했다는 내용이었다. 문지검장은 당시 서울서부지검장을 맡고 있던 문무일 현 검찰총장이다. 확인결과 박수환과 문자를 주고받은 최모 부회장과 문 총장은 고등학교 동기동창이었다.

10일 뒤인 2014년 1월 8일, 검찰은 박수환 대표 관련 악성 루머를 퍼뜨린 혐의로 효성그룹 임원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불구속기소 의견으로 송치한 경찰과는 다른 판단이었다.

하지만 법원은 검찰이 청구한 영장을 기각했다. “수사에 임하는 태도와 확보된 증거의 정도, 피해자를 위해 1000만 원을 공탁한 점 등에 비춰 도주나 증거 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였다. 마포경찰서에서 해당 사건을 최초 수사했던 수사팀장도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구속할 만한 사안은 아니었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럼 혹시 박수환 측의 ‘엄벌’ 요청이 검찰 수사의 강도를 높였던 것은 아닐까.

취재진은 ‘박수환 문자’, 그리고 이후 사건의 진행상황과 관련된 입장을 듣기 위해 먼저 박수환과 문자를 주고받은 최모 부회장에게 연락했다. 최모 부회장은 문 총장을 만나 박수환 관련 사건을 부탁한 사실을 인정했다. 다만 “상식적으로 할 수 있는 부탁이었다”는 주장이었다.    

사건을 부탁한 기억은 없지만 문무일 총장하고 저하고 친구니까 보기는 했겠죠. 그런데 저는 법도 모르고 가령 그러잖아요. 집안에 누가 억울한 사람이 있다 그러면 그렇게 얘기할 수 있는 거고. 살면서 누구라도 억울한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이 좀 억울하더라’ 이 정도 상식선에서 얘기할 수 있는 겁니다.

최00 미래에셋자산운용 부회장

취재진은 검찰, 2013년 당시 서울서부지검장이었던 문무일 총장 측에도 연락해 입장을 물었다. 검찰과 문 총장 측은 모두 “박수환 사건과 관련 어떤 민원이나 부탁도 받은 사실이 없다. 사건은 법과 원칙에 따라 처리됐다”는 입장을 전해 왔다.  

당시 수사팀 관계자는 명예훼손의 내용이 “몸로비…” 등으로 악의적이고 전파대상이 언론사 기자인 점에 비추어 피해가 중대하다고 판단되어 구속영장을 청구하였음. 영장 기각 후 검찰 양형기준에 따라 불구속 기소하여 유죄(징역 8월, 집행유예 2년)가 선고 확정되었음. 수사과정에서 외부 또는 상급자로부터 어떠한 청탁이나 압력을 받은 바 없고 법과 원칙에 따라 처리하였음. 당시 서울서부지검장은 최OO으로부터 사건 관련 민원이나 부탁을 받은 사실이 없음.

대검찰청 대변인

취재 : 한상진, 홍여진, 강민수, 강현석
연출 : 신동윤, 박경현
촬영 : 최형석
CG : 정동우
디자인 : 이도현

Source: Newstapa_total_R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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